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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웨이 스타

기사승인 2019.05.14  16: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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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민

20대. 키 183. 외모 준수. 끼 있음.

만약 내가 이런 20대의 남자라면 무엇이 되고 싶을까? 노래에 끼가 있다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가수가 되고 싶을 것이고 연기에 재능이 있다면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고 싶을 것이다. 20대이고 키도 크고 외모도 준수하고 끼도 있는데 굳이 회사원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군다나 회사 생활은 지겹고 싱겁고 김빠진 맥주 같은 인생이라면 화려한 가수나 배우 같은 생활은 말 그대로 화려하고 멋있고 스타일리쉬한 인생이니까 이왕 한 번 사는 것 시도해봐서 손해 볼 건 없을 듯하다.

누구나 화려한 삶을 꿈꾸며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찌질하게 살고 싶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저, 어떤 이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고, 어떤 이는 부잣집에 태어나고, 어떤 이는 외모를 타고나고, 어떤 이는 외모를 타고나지 않을 뿐이다. 부자에 외모도 좋고 끼도 있다면, 돈과 파워와 인맥을 이용해 자신이 뛰어난 분야에서 빠른 성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모 좋고 끼가 있다 해도 돈 없고, 힘 없고, 빽 없는 이들은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어디 외모 좋고 끼 있는 애들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게다가 생활비, 학원비, 대학학비까지 직접 벌어야 하니까.

그럼에도 도전해볼 만한 이유는 충분이 있어 보인다. 셀린 디온, 제이지, 짐 캐리, 데미 무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라 제시카 파커, 톰 크루즈….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개천에서 용 난 가수나 배우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물론 ‘운’ 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운’의 여신이 누구에게 강림할지는 아무도 모르는바, 계속 그 바닥에서 기웃거리며 기회를 엿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흔히들 말하는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란 얘기다.

박유민은 2019년 현재 서울에 살고 있는 22세 대한민국 남자다. 키 183에 외모 준수하고 끼도 있으니 그 또래의 여느 친구들처럼 배우를 꿈꾸고 있다. 마산에서 태어났으나, 아주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하여 누나와 함께 엄마의 고향인 울릉도에 들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것을 즐겼고 모델 일에도 관심이 많아 고2 때는 SBS 동상이몽 스물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모델을 꿈꾸는 울릉도 소년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2015년의 일이다.

지난달 가로수길에서 만난 박유민씨는 이제 22살이 되었고 현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휴학 중이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모델에서 배우지망생으로 돌아선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남자 모델로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183이라는 키. 둘째, 모델로 런웨이를 걸을 때보다 연기자로서 무대 위에 설 때 좀 더 ‘자기 자신이 된’ 기분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된 것 같은 느낌! 그것은 삶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눈치보고 계산된 내가 아닌 나 자신이라는 사람 그대로가 느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박유민이라는 사람은 외형적으로 봤을 때 과묵하면서 까칠하고 날카롭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겉과는 다르게 장난끼가 많고 남들에게 독한 말 쓴 말을 잘 못하는 여린 성격입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 가정의 유일한 남자는 저밖에 없었기 때문에 힘들어도 내색을 할 수 없었고 몰래 울어야 하는 일도 많았고 또 어리광부리고 싶은 마음도 깊숙이 숨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연기는 이런 저의 숨겨지고 상처받은 감정을 표출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22살이라는 나이에 이른 그에게 이제 ‘연기’는 언젠가 화려한 헐리우드 오스카 시상식 무대에 올라 남우신인상이나 남우주연상을 손에 거머쥐고 수많은 후레쉬가 터지고 유명한 배우, 감독, 제작자 그리고 전세계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상적인 스피치를 하는 몽상가의 한낮의 꿈이 아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남에게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인 그가 연기에 몰입할 때면 자신만의 개성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즉, 어느새 연기는 자기 내면의 숨겨지고 억눌린 감정을 분출해낼 수 있는 통로가 된 것이다.

“사실 저는 아직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찾아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 게 더 솔직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평생 찾지 못할 지도요. 하지만 연기가 나의 솔직한 감정표출의 통로가 되어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연기란 게 아무리 대본에 충실하게 한다고 해도 분명 자기 자신만의 개성과 감정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저는 이 속에서 박유민이라는 사람을 찾고 그래서 남들에게 박유민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누가 알겠는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무명의 배우지망생이 기대치 않은 오스카 무대에 실제로 오를 날이 올 지! 많은 놀라움들은 전혀 기대치 않았던 곳에서 터지지 않았던가? 동시에 그런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오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그러면 확률이 낮으니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 것인가? “그 때 포기했더라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겁니다”라는 말을 하건 “그 때 빨리 포기하길 잘했지”라는 말을 하건 그건 오직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느 쪽이 되었건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과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싸움과 운명의 여신과의 싸움을 거쳐야 할 것이다. 패배하든 이기든 말이다.

2019년 5월의 어느 날.

배우지망생 박유민 군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박유민 군과 같은 꿈을 꾸는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찬사와 격려를 보낸다. 나 또한 그 시절을 지나왔다. 비록 늦게나마 내 재능의 한계를 깨닫고 과감히 그 길에서 방향을 틀었지만, 내 후배들은 스포츠카를 타고 산과, 강과, 바다가 옆으로 지나는 고속도로를 따라 스타일리쉬한 꿈의 레이스를 펼치는 ‘하이웨이스타’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종관 기자 powerkorea_j@naver.com

<저작권자 © 파워코리아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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