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패류부산물, 새로운 소득원으로 창출

▲ [사진 = (사)한국수산부산물자원화협회]

경남 통영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지정한 청정해역을 자랑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수산1번지답게 멸치를 비롯해 굴, 멍게, 바다장어 등 다양한 수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굴 생산 국가이다. 그중에서도 통영은 우리나라 굴의 70% 생산하고 있는 굴 최대 주산지이다. 하지만 매년 20만 톤가량의 굴 패각이 버려지는 형편이었는데, 이제 굴, 조개, 전복 등의 폐패각 및 수산부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시켜 소득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이에 폐패각을 비롯한 수산부산물 자원화에 앞장서고 있는 (사)한국수산부산물자원화협회의 정윤웅 회장을 만나보았다.

▲ [사진 = (사)한국수산부산물자원화협회]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
지난 2021년 7월,‘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수산부산물법)’이 2022년 7월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를 계기로 해양수산부는 무방비로 버려지던 굴과 조개, 전복 등의 폐패각과 같은 수산부산물을 새로운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지속가능발전 국가위원회’ 등과의 협의를 거쳐 ‘제1차 수산 부산물 재활용 기본계획’을 확정하였다.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은 수산물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입니다. 수산부산물을 ‘수산물의 포획·채취·양식·가공·판매 등의 과정에서 기본 생산물 외에 부수적으로 발생된 뼈·지느러미·내장·껍질 등’으로 정의하고, 이를 재활용 해 자원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수산부산물법은 폐기물관리법상의 폐기물로 규정돼 처리에 골칫거리였던 굴껍데기 등의 수산부산물을 친환경적이며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그 재활용을 촉진해 수산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법 제정이 추진됐다. 이 법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수산부산물 재활용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수산물을 포획·채취·양식·가공·판매하는 자 가운데 수산부산물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자에게 분리배출 의무를 부과하고 수산물처리업을 하려는 자는 필요한 시설, 장비, 인력 등을 갖춰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수산부산물법 하위 법령에는 수산부산물의 종류를 ‘굴, 전복(오분자기 포함), 홍합(담치 포함), 꼬막(피조개 포함), 바지락, 키조개에서 단순가공 공정을 거쳐 식용으로 사용되는 내용물과 그 밖의 혼합물을 제거한 껍데기’로 규정하고 있으며 수산부산물을 반드시 다른 폐기물과 분리해 배출해야 하는 수산부산물 분리배출 의무자를 수산물가공업 시설 운영자(수산물가공업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며 연간 10톤 이상의 수산부산물을 배출하는 자)와 수산부산물 분리 작업장(패각 등 수산부산물 분리를 위해 육상에 별도로 설치된 작업장을 운영하며 수산부산물을 연간 10톤 이상 배출하는 자) 운영자로 규정하고 있다.

▲ [사진 = (사)한국수산부산물자원화협회]

버려지던 패류·수산부산물, 이제는 재활용 자원화시대
2021년 설립된 (사)한국수산부산물자원화협회는 현재 통영, 부산, 여수, 완도, 거제, 고성 등 남해안 지역 중심으로 굴, 조개, 전복 및 기타 수산물에 관련한 35여 개 업체와 수산관련 연구자 등 50여 명의 개인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수산부산물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굴 껍데기 등 패각부산물이 사업장폐기물로 지정되어 있어 처리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민들은 해안가에 방치하거나 바다에 무단으로 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굴 생산지인 경남과 전남지역에 굴 껍질 등 패각폐기물 100여톤이 수년째 방치돼 해안 경관 훼손할 뿐 아니라, 악취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주철현(전남 여수시갑) 의원이 국회에서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관해 영호남 공동으로 발의, 2022년 7월21일부터 시행되게 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폐패각은 생석회 분말로 재탄생시켜 건축자재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굴껍데기 1천톤을 가공하면 3백여톤의 생석회 분말가루가 생산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석회 분말가루를 제철소 등에서 소결공정에 투입됩니다. 굴껍데기 1천톤에서 300여톤의 생석회 가루가 만들어지니 생산성 부분에서도 나쁘지 않으며 특히, 연간 4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탈황제로 활용할 경우 약 41만여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소나무 약3억 그루 효과)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 부분 이외에 경제성 부분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굴껍데기를 자원화 하기 위해서는 굴껍데기에 포함된 염분을 제거하는 것이 관건인데 통상적으로 1톤 기준으로 10~15만원의 비용이 발생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굴 양식 어민들이나 재활용업체들은 굴껍데기를 야적해 비를 맞히는 등의 방법으로 염분을 저감하고 있는 실정이라서 재활용처리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굴 생산 어민들을 일반적인 수하식 굴 생산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개체굴 생산으로 유도하는 한편, 정부 및 지자체에서 실효성 있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 폐패각을 비롯한 수산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폐패각은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수산부산물이다. 다양한 쓰임새 중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받는 것은 바다를 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동부의 체사피크만(Chesapeake Bay) 인근에 90억 개(누적)의 굴 껍데기를 살포해서 해양을 정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굴회복조합(Oyster Recovery Partnership)’은 지역 식당으로부터 수집한 굴 껍데기를 재생 공정을 거쳐 새로운 굴 배양처로 만들고, 부화시킨 새끼 굴을 이 재활용 굴 껍데기에 착상시켜 다시 체서피크만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과정은 수 년이 걸리지만 굴의 개체 수를 유지하고 바다 정화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굴은 해안가의 신장(腎臟)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물을 빨아들이고 내뱉는 과정에서 하루 약 50갤런(약 190L)을 정화하며 녹조를 발생시키는 질소도 흡수해서 껍데기에 저장한다. 뿐만 아니라 굴 껍데기는 암초 복원에도 역할을 해서 해안 생태계 개선도 돕는다.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수산부산물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수산부산물법의 적용 범위가 굴·바지락·전복·키조개·홍합·꼬막 등 패류(조개류) 6종으로 제한되어 있어 향후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고 전하는 (사)한국수산부산물자원화협회의 정윤웅 회장. 그의 바람처럼 (사)한국수산부산물자원화협회가 앞으로 정부와 활발한 교류를 통해 보다 다양한 수산부산물의 자원화가 될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