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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그대로’를 추구하며 시간에 공간을 더해 표현하다

기사승인 2024.09.11  10: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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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조형작가 로빈]

「융합(融合/fusion):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는 일」.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사람과 기계가 서로 융합해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을 기계가 대신 해주는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융합은 인간의 일상 생활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산업분야를 넘어 문화·예술분야에도 융합을 통해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이에 어머니의 산이라고 불리는 지리산 자락의 물 맑고 공기 좋은 산청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로빈(盧彬) 조형작가를 만나보았다.

 

   
▲ [사진 = 조형작가 로빈]

‘자연그대로’를 추구하며 시간에 공간을 더해 표현하다
7년 전,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우연히 경남 산청으로 여행을 왔다가 청정지역 산청의 풍경에 반해 산청에서 남은 여생을 즐기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로빈 작가의 작품세계는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캔버스에 유화로 그림을 그리는 1차원적인 부분에서 탈피해 금속, 목재, 옻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작가만의 독창적인 조형과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외국에는 우리나라처럼 미술에 대한 장르를 동양화, 서양화, 조각, 조형 등 단순히 입체형과 평면형으로 나눌 뿐입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미술 장르 중 조형은 유일하게 입체 또는 평면으로도 따지지 않고 재료 선택에도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다양한 재료중에서 흙과 나무를 이용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로빈 작가는 “원목(나무)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 때 최대한 원목을 상하지 않게 원목 그대로를 살려 표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로빈 작가는 목재를 가열해 탄화가 된 목탄(숯)에 옻칠을 하면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해 ‘호안목(虎眼木)’ 기법을 탄생시켰다. “호안목(虎眼木)은 호랑이 눈을 닮은 나무라는 뜻으로 도자기에 유역을 바르듯 미세황토 분말을 조형물이나 가공한 나무 표면에 올리고 물성이 변하지 않게 하는 독창적인 기법을 응용하여 탄생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나무와 흙은 인류 역사와 진화를 거치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나무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변화하기에 다른 물성이 접착되더라도 표면의 이물질을 분리하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나무가 가장 안정화 되는 시점은 불에 타버린 숯(탄화)의 상태입니다. 이렇게 탄 숯은 물성이 영원히 변치 않습니다.” 이처럼 로빈 작가는 나무와 흙이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면서 서로 상생하며 화합을 통해 융합이 될 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융합미술이라고 말했다.

 

   
▲ [사진 = 조형작가 로빈]

‘crafts’를 기반으로 한 융합조형을 꿈꾸는 조형작가
로빈 작가는 작품 활동을 할 때 평면조형이든, 입체조형이든, 설치미술이든 그는 목적한 바를 표현하면서 재료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 속 주제는 ‘시간의 표현’이다. 과거의 시간이든 현재와 미래의 시간이든 그것은 그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시간은 직선상의 흐름이 아니라 원형의 반복이다. 때문에 그는 작품마다 시간이라는 큰 틀 안에 현재의 자연을 담기도 하고 과거의 추억을 담기도 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기도 한다.
“7년 전, 경남 산청에 우연히 정착하면서 자연이 주는 시간을 마음껏 즐기면서 나의 주제는 더욱 명확해졌고 표현의 재료도 다양해졌습니다. 모든 작업은 실험적인 표현으로 과감하게 진행하며 시간과 장르를 초월한 나만의 조형 세계를 꿈꾸고 있습니다. 흔히 ‘손맛’이라고 하는 표현은 ‘crafts(실용적 가치와 미술적 가치를 겸해서 가진 조형품의 총칭)’의 대표적인 단어로 어떤 재료를 전문적으로 쓰는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굳이 장르를 나누는 자체가 crafts적 입장에서는 무의미 할 뿐입니다.” 이처럼 로빈 작가는 자신만의 주제를 담기 위해 캔버스에 칠하고, 나무를 깎고, 금속을 다듬고, 돌을 갈아내고 있다. 이것을 그는 융합조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해도 제 값에 작품이 판매가 되지 않으면 결국 상업 작가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중가수를 포함해 작사가나 작곡가,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들은 자신들의 글 또는 음악에 대해 일정기간 저작권이라는 것이 있지만 미술을 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그림이 판매가 되면 경제적인 부분도 같이 종료가 됩니다.” 이처럼 작품에 대한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은 작가의 저장성(네임밸류)에 따라 천차만별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에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 부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로빈 작가는 지적재산권을 명확히 함으로써 게임·예술품·부동산 등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 하는 수단인 NFT(Non-Fungible Token)로 작품을 등록해 작품의 희소성과 더불어 작가의 경제적인 부분까지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다.
“NFT는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고유한 값을 부여한 디지털 자산으로 복제나 위·변조가 불가능합니다. 기존의 NFT 미술품들은 저작권 독점이 아닌 소유권 취득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가 접목하는 NFT는 기존의 승자독식 현장을 방지하기 위해 소유권이 이전 될 때마다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최초 원작자에게 부과하면서 원본과 함께 소유권이 이전 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작품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서 일정 부분의 수수료가 생기게 되다 보니 전업 작가나 무명 작가들에게도 기회의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 [사진 = 조형작가 로빈]

이처럼 미술시장의 NFT를 통해 플랫폼을 꾀하고 있는 로빈 작가는 ‘2023 산청초목전’에 이어 9.27~10.06까지 개최되는 ‘제24회 산청한방약초축제’에서 작품전시회와 더불어 국내 최초로 하루 2회 ‘조형미술작가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를 준비중에있다. “산청군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한방약초축제기간 동안 조형작가 로빈의 작품세계에 대해 관람객들과 가감없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경남 산청이 약초 뿐 아니라 문화·예술 향유의 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림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나 염원, 그리고 생활을 대변하는 채널이다. 어쩌면 관련 정보보다도 그림이 그 시대의 진정한 역사를 말해준다. 작가들은 그 시대의 환경과 염원, 그리고 생각에 맞춰 시대정신을 표현할 때 비로소 자신의 틀이나 가치관에서 벗어나 진정한 작품세계가 열리기 마련이다. 이처럼 로빈 작가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시대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45년 동안 작가활동을 하는 동안 개인 전시회는 10회에 불과할 정도로 작품의 다양성 보다는 진정성을 추구하며 융합조형미술을 꿈꾸고 있는 조형작가 로빈. 그의 바람처럼 조형작가 로빈의 작품들이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융합조협미술로 관객과 함께 향유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문화적 공간과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 

김태인 기자 red3955@hanmail.net

<저작권자 © 파워코리아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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