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김애란 작가] |
홍익대학교 78학번으로 서양화를 전공했던 김애란 작가는 당시 교수의 추천으로 수직 작품을 선보이게 된 인물이다. 한창 그림을 그리다 실 염색에 빠져 있던 김 작가에게 교수는 삼베 수직을 권했다. 다만 큰 틀을 기반으로 힘 또한 많이 들어가는 작품활동을 끝까지 하진 못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이 젊은 날의 추억은 오롯이 작품과 아쉬움으로 남았다.
▲ [사진 = 김애란 작가] |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새로운 꿈을 꾸게 되다
“결혼을 하고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을 키우며 수직과의 인연은 더욱 멀어지게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참 생각이 많이 나긴 했었어요. 과거에 남긴 작품들은 2~3년 전 인연이 닿았던 일본 콜렉터분께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분께서 무척 수직 작품을 좋아하며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작품이라는 평을 내려주셨죠.” 그 일본 콜렉터는 바로 일본의 ‘일론 머스크’라고 불리며 전자상거래 기업 스타트투데이 창업자인 마에자와 유사쿠 CEO였다.
▲ [사진 = 김애란 작가] |
다만 아쉽게도 김 작가와 일본 콜렉터와의 인연은 이어지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지난 2022년 김 작가가 뇌경색을 앓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건강을 회복한 현재, 인생의 한페이지였던 삼베 수직을 다시 들추게 된 계기는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경주대학교 교수님의 글을 통해서였다. “어느 날 아침, 교수님께서 글을 써서 저에게 보내주셨어요. 그리고 나서 뒤돌아 거실에 있는 제 작품들을 보니 다시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전라도 고성을 오가며 심사숙고 하여 만든 이 작품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소중하게 이 작품을 소장해줄 사람들에게 제 그림이 닿는다면 더욱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 [사진 = 김애란 작가] |
일평생 함께 해온 봉사의 삶
김 작가는 봉사와도 참 깊은 인연이 있는 이다. 50대 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유명 일간지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다. 성공회에서 세운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의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한 김 작가는 ‘그저 이웃에서 자주 부딪히는 외국인 여성들이 동생이나 딸처럼 느껴져 힘 닿는 대로 도운 것 뿐’이라며 인터뷰를 했었다. 법적 절차를 통하면 두세 달씩 걸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체불 임금 문제를 빠르게 처리해주며 김 작가는 고양시 일대에서 ‘해결사’로 불리기도 했다. 코로나 초창기던 지난 2020년엔 일본 현지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마스크를 직접 조달하며 그들로부터 감사 서신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매주 과천에서 진행되는 ‘사랑의 밥상나눔’ 행사에 손수 참여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눠가고 있다. “과천에서 봉사를 하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일산에서부터 과천 경마공원을 향하면서 저는 행복감에 가득차 있습니다. 수직 작품에 대한 수익금으로 과천 ‘사랑의 밥상나눔’ 활동에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나눌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편모 가정 등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 역시 이어가고 싶어요.”
김애란 작가는 올해 초,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K11재단 서울 법인’을 공식 출범시킨 콜렉터 에이드리언 청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에이드리언 청은 ‘홍콩 3대 재벌’ 청 가문의 3대 후계자로서 아트 컬렉팅계의 큰 손으로도 불리는 이다. “다양한 로컬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문화적인 인프라를 키워가고 있는 에이드리언 청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일상 안으로 녹아들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을 표방하는 그의 가치관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작품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나라의 삼베의 혼이 담겨 있는 이 수직 작품이 에드리언 청과 같은 콜렉터에게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윤석 기자 jsong_ps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