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멈춰진 순간이 아닌, 연속적인 순간들을 축적하고 재조립하다

기사승인 2024.12.16  14:51:35

공유
default_news_ad1

- 미국 뉴저지에서 개인전 ‘Solid or Liquid’로 주목받은 신예, 문예랑 작가

   
▲ [사진 = 문예랑 작가 제공]

문예랑 작가는 회화, 고부조, 설치 작품을 통해 개인과 사회 간의 복잡한 관계 속 가시적, 비가시적 측면을 탐구하는 작가다. 문 작가는 2021년 서울대학교에서 조소 학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현재 미국의 Pratt Institute에서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지난 여름 미국 뉴저지 MORA Art Museum에서 개최된 개인전 ‘Solid or Liquid’를 통해 성공적인 데뷔까지 마쳤다. 연말을 앞둔 그녀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11월 경, 본지는 서면을 통해 작가와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기자. 개인전 Solid or Liquid 소감과 더불어, 현재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다.
문예랑 작가. 첫 개인전이 끝나고 아주 바쁘게 지냈다. 더욱이 현재 석사 과정 중이기에 전시 이후 바로 개강을 맞이하여 학업에 열중했다. 대학원 논문 작업과 병행하며 개인전 준비로 잠시 미뤄두었던 협업 프로젝트 및 전시 기획을 차근차근 정리하다보니 벌써 꽉 찬 일년이 되었다. 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 중 가장 소중한 기억은 역시 개인전이다. 작가에게 첫 개인전은 큰 의미를 갖게된다는 것을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 경험은 훨씬 벅찼다. 조각이 아닌 회화 작업들을 선보이는 전시는 처음이었기에 저에게도 나름 도전이었다. 지난 개인전에서 다뤘던 이야기는 ‘기억을 통해 변형된 순간들의 재조합’이었기에 사람들의 외형을 뒤섞거나 모호하게 하는 접근법을 사용했었다. 이후 하고 있는 작업들은 인물 외형에서 더욱 들어가, 인체 내외부가 뒤섞인 이미지다. 그렇기 때문에 MRI 사진이나 여러 다큐멘터리, 팟캐스트 등에서 연구자료들을 수집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저는 작품을 통해 제가 직접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즐기면서 많은 경험을 하려고 한다. 새로운 것들을 많이 얻고자 하는 생각에, 매일매일 일어날 일들을 기대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 [사진 = 문예랑 작가 제공]

기자. 작품적 특징과 지향하고 있는 작가관이 궁금하다.
문예랑 작가. 작품에서 ‘익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품에서 그려내는 모든 순간들은, 특정한 순간을 그대로 그려낸 것이 아닌, 제가 살면서 보고 유의미함을 느낀 일상의 순간들이 기억 속에서 편집된 순간들이다. 말하자면 움직이는 순간들의 조합을 그려낸 셈이다. 때때로 기억은 왜곡되고, 다른 경험들과 합쳐지기도 하지 않나. 저는 그런 순간들이 가지고 있는 익명성을 포착하고자 한다. 마치 정지된 이야기가 아닌, 계속해서 변동되는 기억의 지속적인 특성을 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려진, 혹은 만들어진 제 작품 속 인물들은 익명성 속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 있고, 비로소 그들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기자.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각자가 외로운, 본연의 사람 이야기를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예랑 작가. 저는 한 인물이 삶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사회적 역할들이 누구에게나 굉장한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에게는 주어진 역할보다 인물을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 인물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감정이나 상황, 뼈와 살, 근육같이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하기 위해 기억을 되짚어 이미지를 가져오고, 그대로 작업에 녹이기에 자연스럽게 추상적인 이미지가 나올 수 있었다. 관객들이 작품을 바라볼 때, ‘작품에 그려진 인물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그들이 어떤 관계의 인물들인가’, ‘그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걸까’ 등 구체적인 의문점들을 지나 이 모든 의문들이 결국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걸 느꼈으면 했다. 결국 사람들은 보고 싶은 관점대로 작품을 바라볼테고, 그 관점들 모두가 정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때때로 여러가지 감정의 충돌이나 고난을 겪지만, 결국 그 충돌은 또 다른 관계의 형태로 변화될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는 현재로썬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때론 그 ‘예상하지 못하는 미래’에 기대감을 갖기도 하지 않나. 저는 그런 기대감을 갖고, 여러 충돌하는 순간을 그려내는 것이다. 특히 인물과 인물 사이의 경계지점, 혹은 인물이 겹쳐지는 부분들을 신경써서 작업하고 있다. 이런 작업을 하다보니 삶에 대한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한편, 다수의 사람들, 즉 우리라는 말을 계속 되뇌이면서 작업하는 것 같다. ‘우리’라는 말 속에 담긴 친밀함이나 신뢰, 공동체적 성격 등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언어를 대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는 것도 평소에 즐겨하는 편이기에, 앞으로 언어에 대한 이야기도 작품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 [사진 = 문예랑 작가 제공]

기자. 현지에서 직접 체감하시는 피드백이 궁금하다.
문예랑 작가. 이곳은 (제가 느꼈던) 한국의 미술시장과는 꽤나 다른 모습이다. 한국은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맥락이나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면, 이곳은 시각적 미감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듯 하다. 작가의 미감을 자연스럽게 작가의 배경과 연관지어 해석하기도 하는 듯 하고 그런 해석들이 꽤나 신선하다. 이번 개인전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는데, 특히 색감에 대한 피드백이 많았다. 다양한 색감을 쓰는 제 작업이 좋은 인상을 주었던 것 같아 다행이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진 계속 조소 작업들을 했다보니, 개인적으로 회화 작가들의 피드백은 어떨지가 궁금했던 터였기에 더욱 그랬다. 또한 생각나는 것은 한 페인터에게 ‘우리는 캔버스 너머의 이미지를 본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있다. 캔버스 위에 그려진 이미지는 당연히 캔버스 ‘위에’ 그려진 이미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캔버스 너머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 그런 새로운 관점들을 접하면서 작업 활동에 대한 접근법도 확실히 달라졌다. 뉴욕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과 닮은 듯 또한 다르기에, 굉장히 애착이 많이 생기는 도시다.

 

   
▲ [사진 = 문예랑 작가 제공]

기자. 작가님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문예랑 작가. 벌써 2024년의 마지막이 다가왔다는 것이 한편으론 당황스럽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아,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뿌듯하다. 저는 내년 여름,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어, 졸업전시와 논문에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한 1월부터 L.a Studio Residency (펜실베니아) 입주작가로서 여러 작가 및 큐레이터분들과 소통하며 생활할 예정이다. 졸업 전시 이후엔 당분간 뉴욕에서 지내며 전시와 작업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지윤석 기자 jsong_ps13@naver.com

<저작권자 © 파워코리아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